우체국마저도....
새벽 공기가 차긴 해도, 집 밖에 세워 놓은 차에 성에가 끼지는 않을 정도의, 1월 치고는 조금 덜 추운 날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커피를 우려 머그에 담아 놓고,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챙겨들고는 여섯시 반쯤 집을 나섰습니다. 생각보다 차가 그렇게 막히지도 않았고, 통근길이 순조롭다고 느껴졌습니다. 사실, 이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지금 직장을 잃고 이 시간에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반증일수도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감원 소식은 사람들의 사기를 꺾어 놓고 있는 듯 합니다. 아마 당장은 이 경기한파가 쉽게 풀리지 않을 터입니다. 시애틀 타임즈에서도 'Double Whammy'('엎친데 덮친 격', 혹은 '설상가상')라는 표현을 써 가며 보잉과 스타벅스의 추가 감원 확정 소식을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라디오 뉴스로 연방우정국이 극심한 경영난의 해결방안으로 우편배달을 주 5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도하는 것을 들으면서, 저는 이제 이 경기한파의 여파가 공무원인 제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방우정국은 최근 우편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경기침체까지 이어져 적자폭이 크게 늘고 있는데 이에따라 우편배달을 주 5일로 단축하고 퇴직자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을 축소하는 등 다각적인 비용절감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는 것입니다. 하긴, 지난해 순 손실이 28억 달러. 올해는 60억달러의 손실까지 바라보는 상황에서 우정국 역시 어떤 방안이든 취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아무튼, 우편배달을 주 5일로 단축할 경우 우정국은 연간 19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우정국 자체 조사 결과로는 35억달러의 예산 절감도 가능하다는 분석인데, 여기에 연방우정국은 의회에 퇴직자의 건강보험료를 우정국 예산에서 지급하는 규정도 개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세상이란 걸 절감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제 라우트가 있고, 만일 우정국이 주 5일로 배달일을 단축한다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사람들은 자기 라우트가 없는 T-6(레귤러 우체부 휴일을 메워주는 직책), 리저브, PTF(자기 라우트가 없는 신참) 등일 터입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에겐 라우트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일 그렇게 되면, 비교적 경력이 짧은 레귤러 우체부들은 자기 라우트를 잃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지만, 그만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렵다는 것의 반증입니다.
다음엔 어떤 나쁜 소식이 날아들지 모르지만, 우선은 지금 제게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하는 것만이 최선임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어쩌면 지금껏 우리가 순리대로 살지 못하고 욕심만을 부리며 산 댓가를 서로 나누어 가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자본의 숫자놀음은 계속해 거품을 키웠고, 그 거품을 좇는 사람들에게 환상과 더불어 휘발성의 부를 축적케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는 말 그대로 꺼진 거품처럼 날아가 버렸습니다. 문제는 그 놀음에 끼지도 않고 성실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조차, 그 숫자놀음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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