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생전
공장 관리인 집에 개가 두 마리 있습니다.
할머니 개는 공장 단지 입구의 수문장을 하고 있고,
엄마개는 관리인 집 수문장입니다.
봄에 못보던 강아지 4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물론 엄마의 새끼들인데..
고약하게도 각각 모양새가 틀립니다.
할머니, 엄마, 그리고 4형제 강아지...
직원의 장담대로 1달마다 새끼 한 마리씩 사라지더군요..
관리인 뱃속으로 들어 갔다는데.. 증거는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새끼 한 마리..
그놈과 나의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 할까 합니다.
품종이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아마 다사 다난한 혈통 개량이 있었을 법 한데..
그냥 품종 미상의 개는 우리 한국에서는 똥개라고 부르잖아요..
그래서,, 나는 젊잖게 그놈을 변선생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나 : 어이! 4형제 집합 ! 같이 놀자..
4형제 : 재 뭐야..? 놀아 줄까 ? ( 머리 갸웃..)
엄마개 : 애들아! 재 이상한 업자 냄새 난다. 가지 마라..
아무리 유혹을 해도 절대로 나에게 다가 오지 않습니다
수백명 공장직원들에게 밥 얻어 먹으면서 나름대로 많은 수난을 겪은 듯 합니다.
낯선 사람에게는 절대 다가 서는 법이 없습니다.
솔직히 나도 바쁜 사람인데,, 강아지 어찌 꼬봉 삼으려고 큰 노력은 못하지요..
그렇게 3개월 정도 지나니... 4마리가 한 마리로 줄어 들었습니다.
슈퍼볼 근처에 있는 족발집에서 오랜만에 술 한잔 걸친후.. 눈에 들어오는 그 큼직한 족발의 잔해...
불현듯 생각나는 변선생....
다음날,, 오후
족발 봉지를 들고 앞마당에서 서성입니다.
널리 퍼지는 족발의 향기...
엄마개와 변선생이 나타났습니다
그순간 이미 나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동네 꼬마들이 잘먹는 소세지가 있었습니다. 군것질로 먹는건데.. 사실 한국에서는 한번도 먹지않았던 것을 베트남에서 먹게되었습니다.
야근중 출출할 때 먹기 딱 알맞더군요..
지금도 상표를 정확히 몰라서 그냥 살로우만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1박스를 구입한것이 첫 개시부터 틀려졌습니다. 속안에서 이상한 이물질이 나온겁니다.
눈으로 본 찜짐함이 입맛까지 바꾸어 논 듯 합니다.
창밖, 콘테이너 밑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는 변선생..을 보면서 저놈 복 많은 놈이라고 생각되더군요..
살로우만 1박스가 몽땅 변선생 차지가 된 순간입니다.
그것이 변선생에게 복인지.. 화인지...
살로우만의 위력은 대단 했습니다.
이제 변선생은 완전히 나를 두목으로 인정 하는 듯합니다.
2층 내방에서 휘파람을 불면, 저 멀리서 진짜 흰 사자 레오처럼 용맹하게 달려 와서는 공장 입구에 대기합니다.
나 : 변선생 ! 오늘은 좀 늦게 달려오네? 복창 1회 실시..
변선생 : 두목! 충성..!! 멍 ~~
( 에피소드 하나..)
앞마당에서 한창 변선생과 놀고 있는데...
뭔가 까만 좁쌀 같은 놈이 톡 튀어 오르더니 땅에 떨어 졌습니다.
가만 보니.. 으악~ 개벼룩 !!!
땅에 떨어진 그놈은 꼬물락 꼬물락 기어 가더니 다시 변선생의 앞다리에 폴짝~ 안착...
얌마! 너 여기 그대로 있어!!
베트남 모기약 독한거 잘 아시죠? 냉큼 사무실로 들어가서 모기약을 들고 왔습니다.
꼬리 살 살 흔들면서 오는 변선생..주둥이를 꽉 잡고 확~~ 내뿜어 뿌렸더니..
깨~ 갱 ~~~
변선생 : 이런,, 닝기리.. 세상 믿을 놈 하나 없네..
나 : 얌마,, 나랑 놀려면 좀 참어... 좀 깨끗하게 살자 응?
변선생 : 싫어! 나 이대로 살다 갈래 !
아무래도 배 부분에 한번 더 뿌려야 속이 시원해 질듯한데 이미 된통 당한 변선생은 당체 가까이 오려 안합니다.
할 수 없이 살로우만으로 유혹하기 시작합니다.
나 : 이리 와,, 살로우만 하나 줄게, 눈 딱 감고 함 참아봐라..
변선생 : 먼저 줘 바바.. 그럼 독가스 마신다..
나 : 안돼, 같이 먹고 같이 마셔라..
( 왼손엔 살로우만, 오른손엔 모기약 들고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 변선생,, 두려움 반, 욕심 반.. 엉거주춤 내 주위를 맴돌고.. )
변선생 : 태극기를 앞에두고 조국과 선열, 조상들을 앞에 두고 맹세 해요.. 왼손 것만 준다
고..
나 : 이런! 고약한.. 얌마,, 내가 왜 니 좋은 일 하는데 맹세까지 해야 하니?
변선생 : 아띠 ! 울 엄마한테 고자질 할거야! 해꼬지 한다고..
나 : 차라리 관리자에게 꼰질러라 !
변선생 : 내 멋대로 드럽게 산다는데,, 왜 못 살게 굴어요?
나 : 얌마! 니 개빈대 땜시 나까지 피해 받잖어.. 얼릉 왼손의 살로우만 먹고, 오른손의 모기약 받아랏!
변선생 : 고거,, 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이 모르게 하면 안될까여?
한동안.. 변선생, 내 곁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둘이서 차곡 정 쌓으면서 사는 중에, 변선생 엄마가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내가 워낙 변선생에게 정을 쏟으니 관리인이 차마 건드리지 못하고 대신 엄마개로 식욕을 충족한 듯합니다.
(에피소드 둘 )
바로 이웃한 공장이 있습니다. 사장이 대만 사람인데, 동종업종이라 은근히 눈치가 보이는 공장입니다. 이 지역 공원들이 두 공장 왔다 갔다 하면서 취업을 하거든요. 주로 오버타임이 많은 공장으로 몰립니다.
오늘도 이웃 공장 감시( 정보 수집)차 저녁 마실을 나갑니다. 물론 , 변선생 내 뒤를 졸졸 따라오지요..
그 공장 입구에도 경비견 비스무리하게 개 한 마리를 키우는데,, 이늠,, 생긴 모양이 좀 맹랑합니다. 몸통이 비정상적으로 길고 다리는 반대로 비정상적으로 짧습니다.
주위 말로는 중국 토종개라는데.. 엄청 비싸다나...
어스름한 저녁,, 그 맹랑한 개가 고고하게 자태를 뽐내는데...
갑자기,, 변선생 그야말로 화살처럼 달려 나가는군요.
두 마리가 몇 번 코 킁 킁 맞대더니.... 자세 들어갑니다.
갑자기,, 입구 안쪽에서 날라오는 빗자루, 그리고 쓰레받기...
역시나,, “ 깨~갱~~ ”
어느새 입구에는 노기등등한 왠 노파가 핏대 세우며 뭐라 소리 치는데...
노 파 : 웬 잡견이 감히 우리 족보견에 피를 섞어 ?
변선생 : 아띠~ 무식한 할망구야~ 다양한 혈통 교류가 우성학적으로 훌륭한 인자를
가진 .... 음... 저 노파 이런 말 이해 할랑가? 흥!
나 : 변선생,,,조용해라.. 모기약으로 섞어 주리?
( 불행의 시초 )
점심시간,, 창밖으로 물끄러미 변선생을 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어느 여공 하나가 반미 한 조각을 변선생에게 건네줍니다.
어라? 그런데 흥미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도도하게 한번 흘겨보고는 그냥 지나치네요..
저늠, 어릴 때 먹성이 얼마나 좋은지 무엇이든지,, 모양만 먹을 것이면 물불 안가리던 놈인데... 쓰레기장까지 난장판 만들던 늠이...
이제 살로우만이 아니면 전혀 쳐다보지도 않는 실정이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좀 살이 빠진 것 같기도 했는데..
약한것이 두목 마음이라,, 내려가서 살로우만을 한 개 더 던져 주었습니다.
( 모처럼의 휴가)
봄부터 시작된 생산 강행군의 피로가 누적되어 그야말로 심신이 노곤해 지고..
마침 큰 오더의 마지막 선적을 끝내고, 저녁에 퇴근하면서 불현듯 밀려오는 욕구에 그냥 동네 여행사에 들어가서 다음날로 여행코스를 예약해 버렸습니다.
다낭입니다. 그리고 베트남 들어와서 첫번째 휴가였습니다.
2박3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잠간 변선생 걱정을 했지만,,도착해서 부터는 무작정 밀려오는 잠에 아무 것도 생각지 않았습니다.
2박 3일간 잠만 잤는데도,, 왜 그리 피로가 밀려오는지..
마지막 날 아침에 짐을 정리하려니 너무 아쉽더라구요. 바닷가에 와서 제대로 수영 한번 못하고.. 그리고 대체 다낭 주변에 어떤 관광지가 있는지도 궁금하고...
하루 더 연기를 할까.. 고민 하던 그때에.....
“ 두목이 왜 안보이는 겨? 관리인이 잡아 먹었나? 애고,, 배고파라.. ”
( 지나가던 직원이 반미를 던져줍니다 )
“ 이런! 내가 그지냐? 그딴 걸 누가 먹냐.. 콱! 물까부다.. ”
( 그동안 못 먹은 탓에 눈은 침침해 오고.. 귀에서도 멍~ 헛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저기 멀리서, 평소 웬수 지간인 시궁창쥐 한 마리가 떨어진 반미 조각을 물고 도망갑니다. 그 꼴은 절대 못 보죠... )
( 잽싸게 쫓아갔더니,, 시궁창 쥐.. 도망가다 탁 정지하고 뒤를 돌아 봅니다. .매서운 눈초리.. 베트남 쥐,, 거짓말 쬐금 보태서 마른고양이 만 합니다 . 기겁을 하는 변선생.. 깨 갱~ )
“ 아띠.. 요즘 쥐새끼들은 왜 저리 눈매가 무서워.. 좌우당간 요즘 젊은 것 들은...
아,, 근디 두목은 대체 어딜 간겨... 배고파 ... “
( 그러면서 서서히 밀려오는 서러움, 두려움.. )
“ 우리 두목은 왜 안나타나는겨 ? 무정한 사람... 아, 배고파라... ”
( 다낭의 하루는 짧고 달콤 하더이다..)
당연 하루 연장하고,, 옛도시 관광지( 호이안 이라던가..) 돌아 보고, 다낭 시내로 와서 유명한 바닷가 해산물 음식점 ( 하이산 요리)에서 한잔 걸치고 있는 나...
“ 세월 조~ 오~ 타..! 오늘 함 배터지게 마시고 묵자.. 아, 이 달콤한 뢉스터의 향기여..
어이! 엠어이~ 여기 한국 쏘주 한병 더 ~~ “
다음날,, 숙취에 머리는 빠개지는 듯 아프고..창밖에는 거센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침대위에서 꼼짝하기도 싫고..온몸은 나른하고..해서 그냥 맘 편히 결심 합니다.
“ 그냥 하루 더 있자... 아마 태풍이 오는 관계로 비행기도 안 뜰거야.. 쿨 쿨 ~~ ”
이래서 애초 2박3일이 5박6일이 되고 말았네요...
( 아, 아 변선생.... )
어스름한 저녁 노을이 콘테이너 밑에서 축 늘어져 꼼짝 못하는 변선생의 앙상한 몸을
길게 늘어 뜨립니다. 이제 한끼 식사 못한지 일주일 째... 공원들이 던져 주는 반미 한조각이 이제 그리워 집니다.
하염없이 공장 입구를 바라보며.. 이제는 희미해진 살로우만의 향기를 상상하면서..
서글픈 신음 소리는 저 멀리 석양 사이로 공허하게 울려 퍼집니다.
“ 오늘도 울 두목은 또 안 오는가벼... ”

우리 공장 수문장입니다.
식탐이 강하지만 영리하고 귀엽습니다.
성명 : 변선생
품종 : 미 상
기호품 : 롯데 살로우만
장래희망 : 두목에게 충성하여 한국 가기...

댓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