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내와 딸내미는 용감했다
-인형을 업고있는 용감한 울 딸내미-
가슴 철렁한 출근 이었다.
출근 시간이 되어,아내와 두 아이가 먼저 집(아파트)에서 나갔고
난 옷을 갈아 입고 휴대품을 챙기고 나서 약 5분 정도 뒤에
집에서 나가 엘리베이트를 타고 주차장으로 가는데 휴대폰이 울려
받았더니..
아내가 급한 목소리로 “강희가 계단에서 넘어져 다쳤어요!”하며
빨리 오라고 했다.
“넘어 졌으면 이마나 머리에 작은 혹 정도 났겠지” 하고 생각하며
차를 몰고 그쪽으로 갔더니,생각보다 심각한 사태였다.
어떻게 어디에 넘어져 부딪혔는지 왼쪽 이마에 2cm 가량이나 상처를
입었는데 피가 흐르며 찢어져 벌어져 있는게 아닌가..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사람의 뇌는 급한 상황이 닥치면 몸이 그러 하듯이 평소보다 훨씬
활발한 대처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머릿속에서‘어느 병원으로 가야 가장 현명할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지혜롭고 빠르게 내려야만 했고,또한 빠르게 내렸다.
가까운 개인병원으로 가면 물론 응급실이 있어 의사가 치료와 함께
상처를 꿰매어 줄수 있겠지만,남자도 아닌 여자의 얼굴인데 나중에
흉터가 덜 흉하게 보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좋은 시설과 전문의가
있는 큰 종합병원으로 가는게 옳다는 판단이 들어 거리는 멀지만
종합병원으로 달렸다.
평소보다 이상하게 차량의 숫자가 많은 것 같은 넓은 도로를 달려
큰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병원 응급실 입구가 있는 뒷길이 일방통행이지만 역주행까지 해서)
겁이나 울고 있는 딸내미의 상처를 본 의사는 우선 소독약을 발라
주고나서 성형외과로 옮겨 꿰매어야 한다고 했다.
접수대에 가서 접수를 하고 바로 성형외과로 가니 두 간호사가
친절하고 다정하게 딸내미를 침대에 눕히며 불안해 하는 딸내미를
안정시켜 주려고 애썼다.
(결혼하여 울 딸내미만한 딸이 있어 보이는 두 간호사의 차분하고
능숙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며,역시 자식을 가진 엄마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팔에 검은 털이 수북난 안경낀 젊은 남자의사가 딸래미를 진정
시키며 상처에 마취주사를 놓았다.
(그때 따끔했는지 딸내미는 겁이나 마구 울어댔다)
그러나 친절한 두 간호사와 의사의 인간적이고 세련된 배려와
솜씨로 이내 안정을 찾은 딸내미는 10 바늘이나 상처를 꿰매는
동안 한번도 울지 않고 차분하게 의사와 간호사가 시키는대로
의젓하게 눈도 감지 않고 잘 참아 주었다.
예전의 병원에서 보았던 하얀 벽과 소독약 냄새와 근엄한 의사,
삶과 죽음의 중간쯤이라 느끼게하는 경직되고 차갑고 겁이나는
분위기가 아닌,작은 오디오에 좋은 음악소리가 들리고 하얀벽이
아니 화사한 색깔의 벽과 이쁜 장식품들..
그리고 가족처럼,권위의식없는 편안한 자세로 환자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의사와 간호사들을 바라보며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평소 병원 출입이 더물다 보니 요즘 병원 분위기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럴수도 있고,성형외과라는 곳이어서 다른 과와 달라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훌륭하고 능숙한 솜씨로 10 바늘을 꿰맨 상처는 벌써 별로 보기
싫지 않아 보이도록 잘 꽤 메졌는 것 같아 한숨을 돌렸다.
계산을 하고 모레 한번 더 오라고 해서,예약 접수를 하고
딸내미를 안고 병원을 나왔다.
...
늦었지만 딸내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사무실로 돌아와
커피를 한잔 타서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진정을 찾고 이렇게 적고 있다.
이글을 적는 이유는 3가지이다.
-첫째-
이쁘게 키워 줘야할 딸내미 얼굴에 10 바늘이나 흉터를 만들게 한
엄마 아빠로써 많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애써 찾은 위로는
“아프리카 원주민들도 티비에서 보니까 마귀를 쫓기위해 일부러
얼굴에 상처를 내는 부족을 보았는데,울 딸내미는 자연스럽게
되었으니 뭐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니다“ 라고..
-둘째-
병원에 들어가 겁나는 분위기와 아픈 상처를 꿰맬때 이상하게 엄마를
찾지 않고 평소 엄마보다 인기가 적은 나(아빠)를 계속 찾으며 불렀다는
사실..(아마 위급한 상황에서는 해결사로써 평소 물건을 살때도 내가
항상 계산하고 무거운 물건같은 것도 내가 다 들고 나니는 것을 보고
내가 더 필요할 상황이라 판단하고 그랬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 4살난 딸내미가 자기 얼굴에 상처를 꿰매는 동안 두 눈을 깜빡이며
천정을 바라보는 딸내미의 얼굴을 바라 보면서,울음에 강한 내가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애 먹었으며,내가 그 나이때 그런 상처를 입어 바늘로 꽤메
임을 당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는 것.
(얼굴이 닮아서이기 보다 자식의 아픔을 대신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 때문
이었으리라 짐작하지만, 부모와 자식은 하나라는 자연적 섭리를 강하게
느낄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셋째-
인간의 발전에 따라 혜택을 보고있는 많은 것들 중에 의료기술이 참으로
고맙고 대단하다는 것.
만약 병원이 없었다면 집에서 옷 꿰매는 바늘로 대신 할수도 없어 상처가
흉하게 그냥 남게 되면 그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가..
(그리고 친절하고 다정했던 그 의사분과 두 간호사가 고마워서...포항
'세명 기독병원')
...
목숨같이 사랑하는 딸의 얼굴이 찢어지는 사태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한 아내와,엄마의 성향을 많이 닮고 혈액형(O형)까지 같은
딸내미의 놀래서 잠깐 운것 외에,의연하게 잘 참고 치료를 받는 모습을
바라보며
역시 베트남 여성과 그 피를 이어받은 딸내미는 대단하다고 느꼈다.
...
불행한 일은 늘 우리 곁에서 우릴 위협하고 불행하게 만들지만
불행한 일 앞에서 슬퍼하고 화를 내기보다,더 큰 불행을 막아주려는
하늘의 뜻과 배려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 하는 것이 현명 하다는 것..
아프리카 어느 원주민들이 자신의 몸에 스스로 만드는 지금의 상처는
아프고 좀 흉하지만 나중의 더 큰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지킬수 있다는
신념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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