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카우 강변의 꽁가이...
우리나라 강처럼 물빛이 푸르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강처럼 강변에 은빛 모래가 쌓인 것도 아니다.
돌 하나 보이지 않는 모래톱이 길게 늘어져 있고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건기 철이라 강물은 가운데로 흐르고 있었다.
물빛은 맑았지만 푸른기는 보이지 않았고 모래 색깔이 붉은 빛을 띄고 있어 물빛도 붉게 보이고 있었다.
그래도 아름답게 보인 것은 왜 인가?
강변 양쪽으로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이 자란 푸른 대나무가 끝없이 강을 따라 자라고 있기 때문이었다.
붉은 물빛이 어느 땐 연 녹색으로 보일 때가 있는데 그런 때에는 대나무 그늘이 물빛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누가 심어 놓지도 않았을 자연적으로 자란 대나무가 물길을 따라 강을 감싸 안듯이 자라고 있는 곳에는 유유히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가끔씩 강을 거슬러 오르거나 물결을 따라 내려가는 대나무로 엮은 배들이 짐을 가득 싣고 다니고 있을 뿐 강물은 늘 한가한 모습이었다.
부대 배치는 됐지만 보직을 받지 못한 대기 병 시절에 나는 처음으로 부대 밖의 베트남모습을 거기에서 보았다.
부대에서 쓸 모래를 퍼 오기 위해서 대기병들은 사역병으로 뽑혀 자동차를 타고 나갔는데 그 강이 왜그리 아름답게 보였는지 모른다.
그 강에 닿으니 미군 병사 한 사람이 모래를 모아놓는 장비를 강변에 세워놓고 그늘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것을 알고 그가 일어나 장비에 시동을 걸고 강 바닥에서 산처럼 모아놓은 모래 더미에서 몇 삽 퍼서 자동차에 얹어 주면 되는 것이고 우리는 그냥 경계 병으로 따라간 것이지 일을 하기 위해서 따라간 것이 아니었다.
아니 그 강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은 아마 그 아가씨 때문이었을 것이다.
베트남에 와서 처음 나가 본 풍경속에 딱 어울리는 아가씨....
그 아가씨는 모래를 싣기 위해서 오는 병사들에게 음료와 맥주를 팔고 있었다.
모래를 싣기 위해서 오는 병사들은 우리 뿐 아니라 미군병사도 베트남 병사도
다른 나라에서 파병된 병사들도 있었는데 그 아가씨는 그런 병사들에게 음료와 맥주를 팔고 있었다.
파라솔 하나를 치고 그 아래 테이블 하나 놓고 간이 의자가 대 여섯개 정도...
커다란 스치로폼 아이스 박스 에 콜라와 사이다 캔 맥주를 얼음에 채워놓고 팔고 있는 아가씨는 작은 삿갓 모자를 쓰고 검은 바지를 입고 흰 부라우스를 입었는데 얼굴도 예뻤지만 그 아가씨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눈을 갖고 있었다.
베트남 사람이 우리와 다른 것은 눈동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민족이 달라서 그렇겠지만 누구를 봐도 눈동자는 호수처럼 맑고 깊은 느낌을 준다.
처음 나간 일이니 그 아가씨와 이야기는 할 수 없었지만 우리가 음료를 사서 먹는동안 우리를 보는 그윽한 눈동자와 해맑은 미소는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의 아가씨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갖고 있었다.
대기 병 생활이 길어져 그 후로도 몇 번 그 강변엘 간적이 있었는데 갈 때마다 그 아가씨를 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몰라서 강변으로 모래를 싣기 위해서 갈 때에는 서로 가려고 야단치는 것을 보면 그 아가씨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흐르는 강과 강을 감싸고 우거진 대나무와 대나무 밑에 서서 음료를 팔고 있는 아름다운 아가씨의 모습이 한데 어울려 그 강은 더 아름답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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